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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같은 그의 외모♥
이 름 : 다산북스   작성일 : 2017-01-10    
 

※ 주의 - 본 포스팅은 도서 및 도서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병맛 논픽션 BL 포스팅입니다.


 


나는 아마 20세기의 마지막 라디오 키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감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10대에게 심야에 혼자 듣는 라디오란, 라이너스의 담요와 같은 것이었다.

시그널 음악과 오프닝, 밤 공기를 머금은 DJ의 음성과 그 속의 행간을 읽으면서 나는...

내 작은 방이 "지구에서 밤이 가장 길다는 어떤 나라였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10대 시절에 수면 시간은 신체와 정서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현재 내 몸과 정신이 이 모양 이 꼴인 이유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1998년, , 유희열이라는 남자.


 

 

<출처 : 안테나뮤직>


 

스스로 "모가 인형같기 때문에 TOY라고 불린다" 고 말하는 이 마성의 남자는,

자신의 코드와 맞지 않는 청취자를 애초에 타겟으로 삼지 않는 DJ였다.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나는, 내 코드의 전압이 몇 볼트인지 가늠할 새도 없이

매일 밤 2시간을 그에게 온전히 맡겼다.


의미를 눌러 비튼 유머와 나직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음흉함.
그는 이 마성으로 불과 몇 시간 후 학교에 가야할 소년에게 눈꺼풀을 내리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짐작하겠지만 이 남자와 매일 밤을 지샌(?) 학생의 교우관계가 원만할리 없었다.

친구 몇에게 를 추천하자, 어쩐 일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은 나를 슬슬 피했고,

짝꿍에게 토이의 음악을 조금 강력하게 권하다가 강제 자리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손재주가 남달라 학급 친구들에게 'H.O.T 사진이 들어간 하드보드지 수제 필통'을 만들어주던 여자아이는,

"H.O.T 대신 유희열의 사진을 넣어서 만들어 달라" 는 내 집요한 요청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쩔쩔매며 그녀를 달래야 했다. 

 


 

시간이 흘러 2008년.

군 제대를 앞두고 있던 나는, 인터넷에서 그의 라디오 DJ 복귀 소식을 들었다.

제대 후 무슨 일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던 시기, 이 낭보에 나는 내무반 후임들을 모조리 이끌고 PX 문을 열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라며 냉동식품을 집어드는 후임에게 나는

"큰 의미가 있는 날이지" 라며, 꽤나 징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출처 : KBS>


 

"오늘도 소리 없이 들어주셨던, 많은 라디오 천국 가족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가 DJ로 복귀한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클로징 멘트다.


 

그렇게 많은 밤을 그와 함께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사연이나 신청곡을 보내지 않았던 내게 이는 나를 지목한 멘트였다.

그는 늦은 밤 자신의 음성을 함께 듣는 작은 공동체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자주 내비쳤다.

그런데 그가 '소리 없이 듣고 있는' 청취자 역시 그 공동체의 일원이라 선언한 것이다.

당시 내가 느낀 기쁨이란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모두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출처 : KBS 홈페이지>


 

2016년 10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예매를 고민하던 찰나 라인업이 발표됐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 'Hello, Antenna'.

그의 팬들은 공감할테지만, '유희열의 음악을 유희열과 함께 감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규 앨범 발매는 개기일식만큼이나 기약이 없고, 단독 콘서트는 핼리 혜성의 주기만큼이나 드물다.

슈가맨 종영으로 그를 볼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를 또 다시 박탈 당했던 나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언젠가 누군가의 콘서트에서 3시간 가량 서서 음악을 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후 "존 레논이 살아 돌아와도 스탠딩 공연 관람은 하지 않으리"  다짐했지만...

이 자리에서 나는 그의 등장 4시간 전부터 스탠딩존을 벗어나지 않았다. 



 

배우 신동욱 씨가 우리 출판사에서 장편소설을 출간한다는 이야기를 지난 5월, 담당 편집자에게서 들었다.

특별한 그의 팬도,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도 아니었기에 그의 소설은 내게 '업무'였다.

그런데 업무차 펼친 그의 소설은 재미가 대단했다. 시종일관 놓지 않는 유머 역시 내 취향이었다.


 

그러던 중 뜻밖에 행운이 내게 찾아왔다. 신동욱 작가의 <말하는대로> 출연.

<말하는대로>라면 나의 '희열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더불어 이 책의 홍보를 맡고 있는 나로서는 <말하는대로> 녹화 현장에 따라 나설 명분이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그를 한 달 만에 다시 영접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눈부셨다.(유희열을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비현실적인 외모의 신동욱 작가보다...

걸그룹 멤버를 연상시키는 그의 체형이 사랑스러웠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영화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옆 사람에게 왠지 모를 연대감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우연찮게 라디오 이야기가 나오면, 나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들었다는 사람에게서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혹시 신동욱 작가를 매개로, 그와 내가 어떤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손에 『씁니다, 우주일지』가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그에게 한 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신동욱 작가님 핑계로 형 보러 녹화장에 갔었어요" 라고 꼭 말하고 싶다.


a.k.a "형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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