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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이 름 : 다산북스   작성일 : 2017-01-10    
 

 


안녕하세요.

문학팀 h입니다.

연말을 맞이해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궁서체로 한번 진지하게 포스팅을 해보려 해요.


얼마 전 '기획노트'라는 걸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어떻게 쓰지? 하루 종일 고민했는데,

막상 첫 줄을 시작하니

손이 제멋대로 막 써내려가는데,

그 속도에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이 책은 아직 못다 한,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많은 책이었나 봅니다. ^^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지만,

제일 따뜻해지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따끈한 핫초코 한 잔과 함께 올 연말엔 한 해 동안 지친 마음을 노곤히 내려놓아 보아요.

그리고 새해엔 누구보다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

 




세상의 중심에서 를 외치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아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거든요.”

오베라는 남자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의 주인공이 브릿마리라는 걸 알게 된 뒤부터 마음이 들썩였다. 전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주인공 할머니와 손녀가 사는 아파트 이웃으로 등장했던 여인. 하루라도 지적질을 못하면 손가락에 가시라도 돋는 듯 아파트를 샅샅이 뒤지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그녀. 정말 웬만하면 마주치기 싫은 진상 이웃이던 그녀의 사연이 책 말미에 살포시 공개되었을 때 이미 마음이 어느 정도는 녹아내렸기에, 여행 가방과 낡은 축구공, 저 멀리에 골대에 턱 놓인 신작 원서 표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꺅! 소리를 질렀음은 물론이다.

그래, 브릿마리. 떠나는 거야! 박차고 나가보는 거야!’ 하는 응원과 함께 40년을 한 아파트에서만 살며 남편 뒷바라지만 해온 그녀가 그 둘을 놓아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과 기대가 섞인 채 원고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장이 넘어가자마자 고용센터 아가씨를 찾아가 요모조모 상냥하게 따지며 족치는데(?!) , 이분 그새 더 강해지셨네!’ 싶으면서 아가씨에 대한 연민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작가는 또 문장을 툭툭 던져가며 그 상황을 어찌나 생생하고도 재치 있게 그려내는지. 아가씨의 짜증에 백배 공감하면서도 시트콤보다도 웃긴 그 상황을 지켜보며 피식피식대던 찰나, 예고 없이 쾅 박혀온 브릿마리의 속마음. 웃던 게 급 미안해지면서 내 마음의 아픔도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반복. 이 소설의 시작은 그랬다.


그렇게 롤러코스터 타듯 빠져들어가다 어느 순간, 브릿마리도 나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브릿마리는 남의 시선에 날을 바짝 세우며 단단히 지켜왔던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었고, 난 브릿마리의 까칠함이 지닌 매력까지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급기야는 두 손을 맞잡아가며 응원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응원이 다하고 나니 그게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응원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배크만은 이 작품을 출간한 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이야기가 그녀를 만나면서 드라마틱해지길 바랐다. 이 이야기는 <스타워즈><반지의 제왕>과 같은 구성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임무를 수행하고, 거침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역경을 이겨내고, 불합리에 들고 일어나며, 스스로 깨달아간다. 내 이야기에 레이저 검과 우주선과 불을 뿜는 용은 없지만, 운명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과 그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겠다는 꿈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누군가 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 책은 그런 얘기다. 누구에게나 주목받진 못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온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원제는 브릿마리는 여기 있었다로 번역되지만, 한국어판 제목을 브릿마리 여기 있다로 정한 건 바로 그 이유에서다. 우리는 모두 지금 여기에 있고, 스스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을 때,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을 느낄 때, 이러다 나라는 존재가 없어져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될 때 우리는 그녀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녀는 말할 것이다. , 브릿마리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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